우대식
산판도 없는 겨울
산판집에서 겨울을 나는 사내는
눈이 나리면 부지런히 길을 쓸고
누가 다녀갔는지 인적도 찾을 길 없다
그렇게 겨울을 지날 때
푸른 밤하늘에 정점으로 박혔던 간결한 달이
방 안으로 조금씩 녹아드는 거다
손가락으로 기타 현판을 천천히 끄는 소리처럼
산판집 사내가 이불을 스스슥 끌어 올려 얼굴을 덮는다
그 소리에 놀란 고양이들은
더러 죽은 자의 집에서 떠나기도 했다
산판집 겨울은 꽃도 있고 나무도 있어
봄을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부분)
‘산판’은 “나무를 찍어내는 일판”이라고 한다. ‘사내’는 그러한 일판이 없어 텅 빈 “산판집에서 겨울을 나”고 있다. 그는 유령처럼 보인다. 화자가 이 산판집을 “죽은 자의 집”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그래서 저 ‘산판집’의 겨울은 봄이 필요하지 않다. 그곳은 인간의 소망이 필요하지 않는 공간일 테니까. 그곳에서 산고양이들도 피하는 어떤 사내가 외로이 홀로 살고 있는 이 풍경은 극도로 쓸쓸하고 을씨년스럽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