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리
겨울의 심처에는
유리로 된 성채가 있어
고양이 눈 속의 잔설 한 움큼을 움켜쥐면
피가 흐르겠다, 파편처럼 찔러오는 통증이 있겠다
얼어붙은 잔설 위에는
드문드문 발 없는 새의 깃털
눈물로 변해서 흘러다니는 새들의 발자국
눈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는
교목의 가지들이
제 그림자에 닿아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바람소리 세차다 적막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부분)
삶의 무게-시제인 ‘눈의 무게’-에 허리가 점점 빨리 휘어지면서 죽음의 “제 그림자에 닿아가”고 있는 “교목의 가지들”은 삶의 운명적인 비애를 드러낸다. 그것은 “파편처럼 찔러오는 통증”처럼 고통스럽다. 세찬 바람에도 “미동도 하지 않는” 적막은 이 비애의 풍경을 전반적으로 압축해준다. 이 적막한 풍경 속에서, 시에 등장하고 있는 존재자들은 마치 슬로우비디오를 보는 느낌을 주듯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