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국
봉분 한편에서는
키만 말쑥하니 자란 채
꽃이나 아니나
서너 망울 피기도 전에 져버린
지난여름의
감국 몇 그루를 자양분 삼아
여릿한 떡잎이
젖이나 되는 양
봄빛을 쑥쑥 빨아 먹더니
밤이 되어서는 반딧불
두서넛이 다투어 빛났다
‘망월 묘지’에 묻힌 희생자들의 봉분 옆에서 ‘감국 몇 그루’의 죽음을 “자양분 삼아” 떡잎이 자라나고 있다. 희생자들로 인해 성장한 떡잎은 또한 그 희생자들을 재생키는 것이기도 하다. 죽음과 삶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생명의 순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생명을 부여하는 봄빛-봄은 재생의 계절이다-이다. 이 봄빛 아래에서 죽음과 삶이 조화된 망월묘지는, 오월의 광주를 찬란하게 부활시킨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