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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망매가

등록일 2022-03-22 18:11 게재일 2022-03-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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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한

초겨울 산행길에서 월명(月明)을 맞닥뜨리다

벗은 나뭇가지가 가리키는 손끝 세상

황망히 자취도 없이 모습을 감춘 이파리들

 

내 삶의 자취도 저렇듯 흔적 없이

한 잎 이파리로 피었다 진 자리

뿌리째 뽑혀 버린 채 사라져버린 빈 하늘

 

눅눅히 썩어가는 발 아래 낙엽을 보며

빈 손 빈 마음을 새삼스레 들여다본다

써늘한 바람 한줄기 뒤통수를 치고

이 시를 낭송해보면 금방 어떤 쓸쓸함의 유장함이 느껴진다. 그러한 유장한 쓸쓸함의 리듬은 근대적인 정서를 표현하는 것으로서, 개인의 삶이 안고 있는 죽음과 삶의 문제를 상기시킨다. 하지만 향가 ‘제망매가’가 발산하는 고아한 풍취에 대한 독자들의 기억과 전형적인 시조 형식이 구심력으로 기능하면서 정서의 발산과 증발을 막고 있다. 즉 위의 시는 근대적 정서의 고전적 변용을 모범적으로 보여준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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