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호
공단 도로에 벚꽃 활짝 피었다
휴일 점심시간, 특근을 하다 잠시
꽃향기에 취해 나무 밑에서 이야기하는
나이 든 여공들, 벚꽃처럼 환하다
봄나들이 대신 한적한 거리에서
벚꽃 같았던 처녀 적 얘기 하는지
꽃이 그녀들 머리 위로 떨어지자
가만히 꽃잎 털어내고 있다
(중략)
그래도 일할 직장이 있어 낫다고
벚꽃 나들이야 늙어서도 갈 수 있다고
관광버스가 지나가든 상관하지 않는다
바람 불자 벚꽃들 눈송이처럼 날리고
그들 마음에 환한 눈송이 쌓인다
제 아이들 커서는 제발 휴일엔 편히
맘껏 쉬는 세상이 되도록 기도하다
작업 시작종 올리자
서둘러 공장 안으로 들어간다
벚꽃의 아름다운 모습과 이젠 나이 들어버린 여공들이 대조되면서, 휴일에도 쉬지 못하고 고단한 삶을 살아야 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비애가 짙게 우러나는 시다. 하지만 그녀들은 “꽃향기에 취”하면서 자신의 아이들은 휴일에 벚꽃 구경 갈 수 있는 세상이 오길 기도한다. 벚꽃의 아름다움이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기원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수성은 현실적인 희망을 가져올 수 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