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하
새들의 가슴을 밟고
나뭇잎은 진다
허공의 벼랑을 타고
새들이 날아간 후,
또 하나의 허공이 열리고
그곳을 따라서
나뭇잎은 날아간다
허공을 열어보니
나뭇잎이 쌓여 있다
새들이 날아간 쪽으로
나뭇가지는,
창을 연다
새들은 허공을 여는 존재다. 허공 속으로 나뭇잎은 날아가 “새들의 가슴을 밟고” 허공에 쌓인다. 나뭇가지는 그 새들이 연 허공을 향해 창을 열어, 쌓인 나뭇잎과 접속한다. 이 허공의 나뭇잎이 거름이 되어 나무를 키우게 될 것이다. 시인은 물구나무서서 보듯 하늘이 마치 나무가 뿌리내린 땅인 양 묘사한다. 그러나 그 변형된 모습이 정결하고 질서 있게 배치되어 있어서 고전적인 단아함을 느끼게 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