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수
늙은 소나무 마른가지가 목탁을 친다
삼성산 망월암 극락전 앞
다 늙어빠진 여자가
대웅전 문고리를 잡고 흔든다
거기 누구 없는가
이젠 아무 소용 없는가
평생 푸르기만 하던 여자
입에 쳐진 거미줄조차 걷어내지 못하고
저 혼자 스스로
다비식을 한다
다 말라버린 자궁만
한 입 가득
저녁노을을 물고 있다
저 저녁노을은 ‘소나무 그 여자’의 삶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암시한다. 하지만 그녀의 자궁은 어둠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그 노을을 냉큼 무는 것이다. 자궁은 자신의 안으로 들어온 노을로부터 새로운 삶이 탄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이러한 자궁의 이미지는 죽음으로 향해 가는 늙어버린 생명체와 이에 반해 더욱 강렬해지는 삶의 처절한 의지 사이를 선명하게 대비시키며 농도 짙은 긴장을 창출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