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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그 여자

등록일 2022-03-10 18:28 게재일 2022-03-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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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수

늙은 소나무 마른가지가 목탁을 친다

 

삼성산 망월암 극락전 앞

다 늙어빠진 여자가

대웅전 문고리를 잡고 흔든다

 

거기 누구 없는가

이젠 아무 소용 없는가

 

평생 푸르기만 하던 여자

입에 쳐진 거미줄조차 걷어내지 못하고

저 혼자 스스로

다비식을 한다

 

다 말라버린 자궁만

한 입 가득

저녁노을을 물고 있다

 

 

저 저녁노을은 ‘소나무 그 여자’의 삶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암시한다. 하지만 그녀의 자궁은 어둠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그 노을을 냉큼 무는 것이다. 자궁은 자신의 안으로 들어온 노을로부터 새로운 삶이 탄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이러한 자궁의 이미지는 죽음으로 향해 가는 늙어버린 생명체와 이에 반해 더욱 강렬해지는 삶의 처절한 의지 사이를 선명하게 대비시키며 농도 짙은 긴장을 창출한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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