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제섭
꿈과 현실 사이의 아득한 거리. 당신과 나 사이의 멀어짐과 가까워 함이 함께하는 막막한 거리. 밤새 숲속에서 잠들지 못하는 새 한 마리처럼, 내 안에서 잠들지 못하는 당신.
저 아래에서 도란도란 물소리가 들려옵니다. 축축한 구두와 올 빠진 양말 알이 밴 종아리가 이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어디서부터 와서 어디까지 가야하는 지를 모르는 물처럼 흘러갑니다.
떠나오기 전에 부친 엽서가 천지간을 떠돌다 수취인이 없어 돌아와 문전 발치에 놓여있을 것을 생각하면서 별빛에 질려 있는 흰 물결 같은 밤길을 하염없이 걸었습니다.
사랑은 꿈처럼 아득하게 멀리 있어서 ‘당신’과의 거리를 좁힐 수 없음을 알기에 시인은 이제 돌아가야 한다고 마음먹는다. 하지만 돌아갈 수 없다. 저 새들처럼 ‘당신’은 ‘나’의 마음속에서 항상 지저귀고 있기에. 시인이 부친 엽서는 당신에게 가 닿지 못하고 다시 자신의 집 “문전 발치에 놓”일 것이다. 하나 당신은 여전히 유령처럼 시인의 눈앞을 어른거릴 것이어서, 시인은 밤길을 ‘하염없이’ 헤매 다녀야만 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