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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약(火藥)같은

등록일 2022-03-02 19:08 게재일 2022-03-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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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교

당신의 명징한 총성과 내 포효(咆哮)가 맞닥뜨려 침엽수림들의 따가운 비명이 쓰러지고 쌓인 눈 더미들이 하얗게 겁에 질릴 날은 올 것입니다. 숨가쁜 입김이 눈사태처럼 헝크러져 꼭 한번은 그대와 내가 그 눈 더미 속에 함께 묻힐. 그대 가슴의 살이 파헤쳐지고 내 가슴의 핏톨이 흩어져 눈더미 속에서 우리 서로의 가슴을 부둥켜안을 그런 굶주린 화약(火藥)같은 날이. (부분 발췌)

 

이 시인에게 사랑은 폭발하는 것, 과격하고 두려운 그 무엇이다. 사랑의 갈구는 이 “굶주린 화약”이 터지길 기다리는 것이다. 이 화약이 터질 때, 사랑하는 그대와 나는 서로를 죽이면서 해체되어 용해되고 섞여버릴 것이며, 너와 나의 구분도 없어질 것이고, 결국 함께 묻힐 것이다. 죽음과 같은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죽음을 불러오는 것, 삶의 찬란한 폭발-사랑-을 불러오는 것이 이 시인의 과격한 사랑법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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