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에 2명 살아 손해봤다”<br/> 벽지·환풍기 교체비용 공제<br/> 아내 병원비까지 전가시켜 <br/> 법원 “전액 돌려줘야” 판결
원룸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겠다는 집주인에게 법원이 전액 반환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24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구지법 경주지원 김영일 판사는 세입자 A씨가 집주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임대차보증금반환 소송에서 “임대인은 보증금 전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20년 경북의 한 중소도시에서 14평짜리 원룸을 보증금 200만원, 월세 43만원 조건으로 1년간 임차했다.
A씨는 계약기간이 끝나 다른 원룸으로 이사했으나 집주인 B씨는 A씨로 인한 손해가 막심해 보증금을 공제한 결과, 반환할 보증금이 없다고 주장했다.
B씨는 “임대차계약 당시 A씨가 혼자 산다고 해 월세를 43만원으로 정했으나 실제로는 동거인이 거주했다”며 월세를 45만원으로 재산정해 1년치 24만원을 추가방세로 공제했다.
또 A씨의 소음으로 인해 아래층 임차인이 이사한 이후 3개월간 공실이 발생해 월세 129만원을 날렸다며 이 금액을 공제했다.
이외에도 A씨의 흡연으로 벽지와 환풍기를 교체한 비용 42만원, A씨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B씨의 배우자가 MRI 촬영까지 했다며 26만원의 공제를 주장했다.
A씨는 이에 맞서 조목조목 반박했다.
가끔 친구가 방문한 적은 있지만 거주하지는 않은 점, 자신이 비흡연자인 점, 특별한 소음을 일으킨 적이 없고 이로 인해 아래층 입주자가 퇴거했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점 등을 들었다.
A씨는 B씨가 뚜렷한 증거 없이 막무가내로 보증금 반환을 거절하자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공단 측 유현경 변호사는 해당 임대차계약은 원룸 1개에 대한 계약이지 원룸 안에 거주하는 사람 수에 대한 계약이 아닌 점을 들어 보증금을 반환해줄 것을 청구했다. 아래층 세입자가 이사 간 이후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것은 임대인 B씨의 문제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임대인 배우자의 MRI 검사비 공제와 관련해서는 “머리 부위의 외상이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 증상을 검사하기 위해 MRI 촬영을 했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항변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전부 수용했다.
김영일 판사는 집주인 B씨의 공제항목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귀책사유와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소송을 대리한 유현경 변호사는 “최근 보증금을 담보로 각종 비용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원룸 거주자는 자신의 권리를 찾는 데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천/나채복기자 ncb7737@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