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남주
벌레 먹은 자리 먼저 타올라
붉어진
잎맥 푸른 언저리
여운처럼 가슴에 남아
아득히 푸른 길 따라가 보면
아직도 그 체온 잔잔히
내 손에 남아 있다
바람이 불어와 그 사랑 흙에 묻히고
메마르게 부서져 흩어지기 전에
푸르렀던 꿈
금빛으로 뿌리는 오후의
한 그루 나무이고 싶다
시인은 사라지고 있는 낙엽들의 꿈이 금빛이라고 믿는다. 삶의 막바지에서 찬란한 죽음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시인은 잎들을 떨어뜨리는 나무처럼 사라지는 기억들과 사랑을 찬란하게 발산하며 사라지고 싶다는 욕망을 품는다. 시인 역시 아직 파괴되지 않은 꿈들을 찾아 기억하고 시화(詩化)하여 빛내고 싶은 것이다. 이제 살 힘이 소진되어 낙하하지만 푸른 꿈들을 간직하면서 금빛으로 화하는 낙엽처럼.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