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
이보리 외투에 금빛단추가 반짝인다
오랫동안 묵혀 있던 지친 희망이
옷장 문을 열 때면 빛을 보낸다
외투 군데군데 좀이 슬고
단추를 채우던 기억도 잊혀졌지만
아이보리색 외투는 옷장 한쪽을 지키고 있다
어둠 속에서도 떠날 줄 모르고
내게 가끔씩 20W의 빛을 보낸다
이젠 통 어울릴 것 같지도 않고
재활용 할 수도 없는데
온 몸으로 햇살 받기를 꿈꾸고 있다
내 속으로 끌어안고 있는
타오르는 그리움
설레이는 사랑이란 단어처럼
분리되지도 않고 떠나지도 않는 이 미련들
20와트 희망의 빛을 보내는 금빛단추. 이 단추를 달고 있는 외투는 아직 지워지지 않은 여러 기억들을 안고 있다. 그리움이나 설레는 사랑과 같은 정념들. 포기되길 강요당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정념들. 이 정념들을 품고 있는 기억들이 단추의 빛을 만든다. 그 단추를 단 이 기억 상자-외투-는 사랑과 그리움이 활짝 피어날 수 있기를 기다리며 ‘햇살 받기’를 꿈꾼다. 모든 기억과 정념들을 밝게 드러낼 햇살을.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