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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의 의지(부분)

등록일 2022-02-03 18:42 게재일 2022-02-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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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하

때까치는 무리짓지 않는다

혼자서 행동한다

꽃이 있는 공간을 날지 않는다

 

한 마리 새가

잎 진 느티나무 아득한 우듬지

외로운 높이에 이를 때까지

투명한 가을 하늘 전부를

가랑잎 뒹구는 스산한 계곡 캄캄한 깊이를

노을에 물든 날개를 흔들며

단독자처럼 혼자서 건너지 않으면 안된다

 

이 시는 ‘혼자서’ “가을 하늘 전부”와 “계곡 캄캄한 깊이”를 건너고자 하는 시인의 강인한 의지와 포부가 단호하게 표명되고 있다. 시인이란 대상을 변용시켜 내면화하고 삶의 의미와 무의미를 감당해내면서 드러내는 이다. 그것은 ‘외로운 높이’에 이르거나 ‘캄캄한 깊이’에 들어가 보지 않으면 이루어내지 못할 일, 이 시는 시를 쓰면서 부딪치게 되는 ‘아득한’ 세계와 씨름하는 시인의 고독을 잘 보여준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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