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입춘첩(立春帖)

등록일 2022-02-03 18:42 게재일 2022-02-04 18면
스크랩버튼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일 년을 24등분 한 ‘이십사절기(二十四節氣)’는 중국 주(周)나라 때 만들어 졌다고 한다. 동이족으로 알려진 희화자(羲和子)라는 사람이 주나라 책력을 기반으로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지구에서 보기에 태양이 하늘을 일 년에 걸쳐 이동하는 경로인 황도(黃道)를 기준으로 해서 달을 기준으로 한 음력(陰曆)과는 맞지 않는다. 태양의 기울기에 따라 변하는 온도의 차가 농경사회에서는 중요한 조건이었기 때문에 따로 24절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황도 좌표의 경도(經度)를 황경이라 하는데 춘분을 기점(0°)으로 하지는 90°, 추분은 180°, 동지는 270°, 다음 춘분까지는 360°이다. 우리나라에는 고려 충렬왕 때 도입이 되었고, 2016년 12월 1일 중국의 신청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입춘(立春)은 이십사절기의 시작인 첫 번째 절기다. 봄이 들어선다는 의미가 있지만, 중국 화북지방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서 우리나라에서는 한참 이르다. 아직은 겨울이 가시지 않았지만 설명절과 겹치니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도 있고, 봄을 좀 가불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아무튼 입춘첩을 써 붙이는 등 한 해의 안녕과 행운을 기원하는 풍습은 지금도 남아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도 “대궐에서는 설날에 문신들이 지어 올린 연상시(延祥詩) 중에서 잘된 것을 선정하여 대궐의 기둥과 난간에다 입춘첩을 써 붙이는데, 이것을 ‘춘첩자’라고 한다. 경사대부 및 도시나 시골 할 것 없이 일반 민가와 상점에서도 모두 입춘첩을 붙이고 새봄을 송축한다. 이것을 ‘춘축’이라 한다.”라는 기록이 있다.

민간에서는 입춘첩으로 그 해의 행운을 빌고 축원하는 상서로운 글귀를 써서 대문이나 대들보, 부엌문 등에 붙였다. 주로 쓰이는 입춘첩으로는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댜경(建陽多慶)’, ‘국태민안(國泰民安) 가급인족(家給人足)’, ‘수여산(壽如山) 부여해(富如海)’, ‘거천재(去千災) 래백복(來百福)’, ‘부모천년수(父母千年壽) 자손만대영(子孫萬代榮)’,‘천하태평춘(天下太平春) 사방무일사(四方無一事)’등이 있고, 사대부들은 좋은 글귀를 새로 지어 쓰거나 혹은 옛사람들의 문장 중에서 좋은 구절을 골라 쓰기도 했다.

나라가 하 수상해서 입춘첩이라도 써 붙이고 싶은 심정인데, 이 시국에 어울리는 문구로는 어떤 것이 좋을까. 우선은 ‘괴질극복, 평상회복’이었으면 좋겠다. 2년 동안이나 조금도 누그러질 기미가 없는 코로나19 팬데믹은 온 세계를 불안과 우울의 그늘로 뒤덮고 있다. 올해는 부디 그 먹구름이 걷히기를 기원한다. 또 하나는 대선이 임박한 때이니 만큼 제대로 된 인성과 식견을 가진 사람이 선출되어 기울어진 나라를 바로잡아 주기를 바라는 의미로 ‘양재선출, 정상국가’를 써 붙이고 싶다. 특히나 북한의 정세가 매우 불안정하다.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급변사태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굳건하고 긴밀한 한미 동조로 일단 유사시에 대한 철저한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확고한 한미동조’야 말로 ‘확실한 통일한국’의 첩경이다. 위태롭고 불안한 정권은 바꾸어야 한다.

浮雲世說(부운세설)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