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양희
마들에 나가
들판 끝 본다
눈 끝의 새 본다
들풀에도 새가 앉네
새는 가벼우니까
들판의 새보다 더 가난한 게 있을까
가난은 가도 가도 가벼운 것
가벼운 것이 들 한쪽 몰고
어둔 구름에서 나온 번개같이
날아간다 거침없이
허공이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고
경고라도 하듯 거침없이
가난해서 가벼운 새는 가진 것이 없어서 저 빈 들판의 가냘픈 들풀에 가벼이 앉았다 날아가곤 한다. 하나 이 가벼움은 무력하지 않다. “들 한쪽 물고” 번개같이 날아갈 수 있는 비상력을 새는 가지고 있다. 가난한 새는 가벼운 만큼 거침없이 허공 속으로 비상할 수 있다. 시인은 저 새의 비상에서 “허공이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는, 자신을 따라 허공을 향해 비상하면 추락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읽는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