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겨울이 오고 한 해가 기울었다. 세밑이 되면 지난 해를 돌아보게 된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을 잘 하기 위해서는 지난 것을 무조건 버리고 잊을 것이 아니라 돌아보고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의 삶일지라도 몸담고 있는 사회에 무관할 수는 없을진대, 나의 삶을 돌아보는 것에는 국가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도 포함이 된다. 국제정세까지는 몰라도 우리나라의 사정은 각종 매스컴을 통해 대강은 훑어보면서 지나왔기에 여러 가지로 감회가 착잡하다.
지난 일 년을 관통하는 가장 큰 이슈는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어느 분야도 팬데믹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비대면 대인관계, 집회·결사·종교의 자유 제한, 경제적 파산지경에 몰린 사람들, 천재지변에 가까운 충격파가 온 나라를 휩쓸었다. 21세기 문명세계가 바이러스 전염병 때문에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인류문명에 대한 상당한 회의와 불안을 가져다주었다. 더불어서 자원고갈,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등 각종 불안요소들이 한 발짝 더 구체적으로 다가선다. 기고만장하던 과학만능주의가 희망보다는 불안의 그림자를 안고 있다는 사실, 인류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길을 너무 멀리 와버린 거라는 절망감을 실감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 한 해는 문재인 정권을 결산하는 해이기도 했다. 아직 임기가 5개월여 남긴 헸지만 그릇된 정치적 이념을 가진 지도자와 그를 지지하는 무리들이 나라를 어떻게 망칠 수 있는가는 충분히 보여주었다. 실패한 구시대적 산물인 사회주의 이념에다 북한의 주체사상까지 더해진 황당한 논리와 주장으로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에 반하는 정책으로 혼란과 퇴보를 자초했다. 국제사회의 망신만 산 외교, 포퓰리즘 미봉책으로 빚더미에 앉은 경제, 한미동맹을 저해하고 북한의 핵무장만 강화시킨 안보, 삼권분립과 법치의 파괴, 실책과 무능을 호도하는 편향된 언론 등 좌파정권의 실체와 한계를 더 이상은 볼 필요도 없게 다 드러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갈등과 대립의 골이 깊어지고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가치관의 혼란을 초래한 일이었다. 거짓과 위선과 후안무치가 정의와 능력인 양 호도되는 사회, 제 편이면 무슨 짓이든 무조건 용납되고 미화되는 진영논리가 천박하고 비뚤어진 사회를 만들었다.
대선정국에도 유례가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인성이나 양식이 보통사람의 수준은 되어야 할 텐데, 파렴치한 전과와 엄청난 비리의혹에다 패륜적이고 후안무치한 언행을 일삼는 사람이 상당한 지지를 받는 후보인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당의 대표가 언론사마다 찾아다니며 시시콜콜 자기 당내의 분란을 까발리고 후보를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으니 실로 해괴한 일이다. 그러다보니 그 당 대표의 ‘성접대’ 의혹이 불거져도 오히려 반대편 당에서 두둔을 하고 나서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대한민국 민심은 지금 불순한 이념이 초래한 정치적 팬데믹에 빠져있다. 코로나19와 함께 물리쳐야 할 병폐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