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률
스쳐 지나가는 바람은 아닐진대
그것은 경이로운 것
단단한 보습으로 파낼 수 없는
날카로운 환도로도 자를 수 없는
아, 불이(不二)의 운명
바람이 지나가면서 시인의 몸과 맞닿은 ‘바람의 옷깃’은 “파낼 수 없”고 “자를 수 없는” ‘불이의 운명’을 시인으로 하여금 깨닫게 만든다. 모든 존재자들이 운명적으로 둘이 아니라는 진리는 경이롭다. 이러한 경이로운 깨달음은 만물에 대해 마음을 쏟고 세심하게 바라보며 그 만물의 생명력이 펼치는 장 속에 자신을 놓을 수 있을 때 얻을 수 있다. 만물 하나하나의 생명이 모두 자신의 생명과 공존하고 있으며 운명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진리를 말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