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들썩이는 무덤

등록일 2021-12-23 19:52 게재일 2021-12-24 18면
스크랩버튼
유수경

접두어 ‘첫’은

번번이 나를 명중시켜 왔지.

과녁을 맞힌 화살의 깃이 그러하듯

‘첫’ 것들은 떨림을 매달았고

그들이 일으킨 소용돌이를

키우거나 소멸시키는 것이

성숙의 궤적이었네.

얼굴 흐려진 어느 연령에선가

더 이상 오지 않던 녀석들,

주검인 양 존재 없더니

긴 세월을 돌아 다시 날 흔드네.

중년의 손가락이 다독이는

경련의 눈두덩, 나를 관통한

수많은 ‘첫’것들이 묻힌

 

시인에게 중년이 오면서 새로운 ‘첫’것들은 ‘나’를 방문하지 않게 되었고 그의 마음에서 키워졌던 것들도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하나 마음의 무덤 속에 묻힌 그것들은 어느 날 “긴 세월을 돌아 다시” 살아나고 젊은 시절의 ‘나’의 심장을 명중했던 ‘첫’것들처럼 ‘나’를 뒤흔든다. 무덤 속에서 ‘첫’것들이 부활하고자 들썩거리고 있음을 감지하면서 이 시인의 시작(詩作)은 이렇듯 새로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문학평론가>

이성혁의 열린 시세상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