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희
늙은 아이가 소풍을 왔다
땅에 엎드려 지문을 찍을 때마다
둥글게 자라는 무덤
다시 품어보겠다는 양
다시 들어가겠다는 양
엄마는 다시 배가 부르다
위의 시에서 ‘엄마’의 무덤은 새로운 생명을 품는 엄마의 자궁이 된다. 즉 죽음의 공간이 새로운 탄생의 씨앗을 품는 것이다. 바로 “늙은 아이”인 시인 자신이 그 씨앗이다. ‘늙은 아이-시인’은 지문을 통해 엄마의 무덤에 연결되면서 무덤의 품에 안긴다. 그리하여 죽음의 방은 재생의 뱃속으로 변모한다. 다시 죽은 엄마의 “배가 부르”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시는 무덤에서도 존재할 모성의 힘에 대한 믿음을 통해 이 세상을 견뎌내려는 시인의 희구를 보여준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