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택
공짜였던 죽음이 언제부터 선불로 바뀌었나요?
선불이 아니라, 아버님, 가족에 대한 사랑이에요.
보장성과 수익성이 풍부한 사랑이요.
사랑이 얼마나 진실한지 견적 뽑으면 다 나와요.
죽음에다 돈과 사랑이 쏟아져 나오는 투자를 하고 나면
어서 죽고 싶어 온몸이 근질근질해질 거예요.
죽음은 ‘보장성’이 ‘풍부’하다. 왜냐하면 누구나 다 죽기 때문이다. 삶을 선사받은 이라면 죽음 역시 공짜로 주어진다. 그런데 생명보험은 그 “공짜였던 죽음”을 선불로 바꾼다. 그가 죽었을 때 가족이 많은 돈-“보장성과 수익성이 풍부한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자신의 죽음에 미리 돈을 투자하는 생명보험. 위의 시는 사랑과 죽음까지 수치화하여 돈으로 환산하는 현대사회의 지독함을 통렬하게 보여준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