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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몽(記夢) (부분)

등록일 2021-12-12 18:17 게재일 2021-12-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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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교

모든 것은 한순간이다, 저 찰나를 우리는 역사라고 부른다

 

도시의 지붕마다 물결 문양이 찍힌다 격자 창틀에

햇살이 갇혀 격자로 쪼개진다 눈 없는 새들이 날아와

모서리를 부리로 찍는다

 

모든 건 환상이다, 그리고 그것만이 진실이다

- ‘기몽’ 2∼4연

도시의 지붕마다 찍히는 ‘물결 문양’은 꿈의 파도가 이루어낸 형상들이다. 이 꿈의 파도 속에서 환상은 “격자로 쪼개”지는 햇살로, “모서리를 부리로 찍는” “눈 없는 새들”로 나타난다. 물결이 휩쓸며 생성되었다가 사라지는 이 꿈의 도시에서는 한순간인 찰나가 역사이며, 그 찰나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환상이 진실이다. 꿈의 물결이 출렁이는 이 세계를 기록하는 일이 바로 ‘기몽’이며, 이경교 시인의 시 쓰기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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