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空家 (부분)

등록일 2021-11-28 19:37 게재일 2021-11-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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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설야

버리고 간 집들이 도시를 이룬

가정오거리 재개발지구 루원시티

 

어서오십시오 장터할인마트 팻말에도

위험 접근금지 써 붙인 낚시집 선팅에도

목련왕대포집과 정아호프 부서진 문에도

책임중개 새시대부동산 건물에도, 있었다

꽃나라 유치원 구름다리 앞

개나리 이마 으깨어진 노란 줄이 쳐졌다

 

안전망에 갇힌 빌딩

깨진 유리창 안에서 굶주린 개들이 서로를 물어뜯고

비전축복교회 뒷마당에서는 부러진 의자가 못을 버렸다

드림빌라 사람들 모두 사라졌는데

 

붉은 글씨. 전체공가(全體空家)

이젠 ‘접근금지’의 노란 줄이 쳐진 저 가게들은 시인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갔던 장소들이었으리라. 하지만 재개발로 사람들이 철수한 ‘루원시티’의 풍경은 “굶주린 개들이 서로를 물어뜯”는 으스스한 모습이다. 굶주린 개들은 저 사람들이 내쫓긴 공가를 차지하려는 자본의 싸움을 상징한다. 위의 시는 자본의 논리에 의해 파괴된 장소를 포착하고 그 속에서 으깨어지고 있는 삶들을 구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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