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주먹으로 얼굴을 닦아 내리듯 눈이 온다
목마른 메아리도 함께 온다
빈 기침이 첫눈의 배후로 남은 새벽
서둘러 잠을 깨운 것들이 따로 있다
잘 견디다 갔을까,
구름 속의 고드름처럼
눈을 감았다가 오래 감았다가
위의 시의 제목은 첫눈이 내린 ‘어제부터’ 시인이 당신의 죽음과 함께 살아야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 삶은 “목마른 메아리” 같은 죽은 이에 대한 기억 속에서, 마음의 빈 터에 새벽 눈을 받아 안으면서 사는 삶이다. 시인의 잠을 “서둘러 깨”운 ‘빈 기침’은 그로 하여금 죽은 이가 “구름 속의 고드름”과 같은 죽음의 순간을 “잘 견디다 갔을”지 염려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눈을 오래 감았다가 저 너머로 가는 그 순간을.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