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혜영
거대한 밥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가스배관을 타고 오르는
도둑의 머리 위에서, 홀로
빛나는 스텐 밥그릇을 올려다본다
그리고 먼 바다로 나가 밥알
건져 올리는 어부들의 그물을 생각하다가,
영어 단어 하나하나가 밥알인
이민자들의 밥공기를 어루만지다가
지구라는 거대한 밥그릇을 깨닫는다
다닥다닥
붙은 밥알이 우리라는 거
서로가 서로에게
밥이 되기도 한다는 거
위의 시에 따르면, 세계는 거대한 밥그릇이며 우리는 그 그릇 속에 들어찬 밥알들이다. 우리는 밥을 먹기 위한 일을 한다. 도둑을 포함해서 말이다. 먹고 살기 위해 어부가 길어 올리는 물고기도 밥알이며, 영어를 사용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이민지들의 “영어 단어 하나하나” 역시 밥알들이다. 이 밥그릇의 세계에서는 모두가 밥알로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 그 밥알을 먹으면서 살아갈 수 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