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경
기다리던 편지처럼 왔습니다 십이월은
눈 덮인 초원에 풀어놓은 양 떼
온종일 머리를 박고 있었습니다
(….)
게르의 문 자주 여닫히고 사람들도 둥글게 모여듭니다
한꺼번에 왔다 가 버릴 사람들이 드나드는 사이
저녁과 함께 새끼 양을 안고 들어선 남자의 표정은 모든 것을 품습니다
이것은 어떤 마음입니다
새벽까지 난로의 불씨를 걱정하는,
광야의 바람과 보이지 않는 짐승의 소리를 끌어와 리듬을 만들어 냅니다
꽁꽁 언 두 손이 흐미를 듣게 된 귀를 어루만집니다
그날 밤 게르 밖의 별들도 둥근 모음으로만 빛났습니다
저 초원에서 사는 자들은 소유에 대한 집착이 없다. 그래서인지 사람들과 동물들은 둥글게 서로 어울린다. 이들과 세계 사이에 분리는 없다. 새끼 양을 안고 들어와 두 손으로 귀를 어루만지는 남자의 모습은 그 ‘바람<2212>짐승<2212>흐미’의 리듬처럼 느릿하게 둥글다. “게르 밖의” 세계 역시 ‘흐미’의 리듬으로 운행되어서, 하늘의 “별들도 둥근 모음으로만 빛”난다. 둥근 리듬에 감싸인 세계의 광경은 따스하고 아름답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