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명
땅이 실금으로 갈라지고 있다
구근이 사나워지고 있다
바람에서 태어난 부리의 짓이다
하나의 지평에서
너머의 지평으로
작년에 죽은 새들
묘혈을 뚫어 다리를 세우고 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손을 향해
팔색조 깃털이 날았다
꽃의 허밍이 시작되었다
“작년에 죽은 새들”이 봄에 재생하는 꽃처럼 묘혈 안에서 다시 “다리를 세우고 있”다. 새는 불사조처럼 시인 내면에 쌓인 지층을 갈라내며 땅 속으로부터 하늘로 떠오른다. 죽음으로부터 다시 살아나는 새는 저 “너머의 지평으로” 날아가려고 한다. 시를 쓴다는 일은 또 다른 지평으로 넘어가려는 새에 이끌려 사는 일, 그래서 이 시인의 시 쓰기는 자신의 삶을 “너머의 지평”으로 이행케 하는 일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