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녀
어제부터 가게는 조금도 들썩이지 않았다
저녁 무렵 길고양이 한 마리 어김없이
숯불바베큐집 통유리 문 앞에 기웃거린다
먹다 남은 닭 뼈의 추려낸 살
신문지 깔아놓은 차 밑으로 가져다 놓던
두툼한 안경렌즈를 낀 그녀의 둥그런 등이
며칠째 보이지 않는다
(….)
앞발을 납죽이 뻗어 기다림을 펴본다
통유리 문은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한참을 유리문에 비쳐 본 후
옆 담을 넘어 주차된 차 밑으로
그림자를 말아 넣는다
닫힌 문 앞
喪中
그 위로 어둠이 지나간다
자신에게 밥을 주던 숯불바베큐집 주인의 죽음을 알지 못한 채 가게 문 앞에서 한참 그 주인을 기다리는 길고양이의 모습이 안쓰럽고 서글프다. 고양이는 문 앞에 쓰인 ‘喪中’이라는 글자를 알지 못하는 ‘문맹’. 고양이는 닭 뼈에서 추려낸 살을 주던 여주인의 “둥그런 등”을 보기 위해 가게 문 앞을 계속 기웃거릴 것이다. 길고양이의 안쓰러운 처지에까지 미치는 시인의 따스한 눈길이 느껴지는 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