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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풍속을 바꾸다

등록일 2021-10-19 19:54 게재일 2021-10-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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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원​​​​​​​수필가
박창원​​​​​​​수필가

우리가 만들어가는 물질문화는 빠르게 변한다. 걸어 다니다가 자동차를 타고 다니고, 2,3년마다 휴대폰을 바꾸고 하는 것은 물질문화의 변화다. 전 세계인이 이 변화의 물결 속에 별 거부감 없이 동참한다. 그러나 풍속, 종교, 의식주 같은 정신문화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법으로도 바꾸기 어렵다. 억지로 변화시키려 하면 필연적으로 갈등이 생긴다.

우리 사회에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대다수 사람들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변하지 않은 게 있다. 혼례, 장례, 제례 같은 생활풍속이다. 절차가 복잡하고 허례허식적 요소가 많아 누구나 공감하는 문제이지만, 오랜 세월 동안 지켜 온 미풍양속이라는 수식어를 등에 업고 누구도 어찌하지 못하는 문화로 존속해 왔다.

내 집안의 경우 명절 때마다 고향 어머니 댁에 대가족이 모여 음식을 만들고,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해 오다가 지난 추석에 대구의 맏형 댁에서 형님 가족만 모인 가운데 차례를 지냈다. 나는 참석하지 못했다. 지난 해 추석, 올 설에 이은 세 번째다.

그렇게 공고하던 우리의 생활풍속이 최근에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조사의 경우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 직접 가지 않고 온라인으로 축하를 하거나 문상을 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혼례에 관한 한 우리는 비슷한 기억을 갖고 있다. 모처럼 맞은 주말에 지인 자녀의 혼례식이 있어 예식장에 간다. 어렵게 주차를 하고 식장으로 올라간다. 줄을 서서 혼주에게 눈도장을 찍고, 축의금을 식권과 바꾼 다음 여러 손님이 뒤섞인 뷔페에서 식사를 하고 돌아온다.

장례는 또 어떤가? 누가 상을 당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는다. 퇴근하자마자 곧장 장례식장으로 달려간다. 수십 개의 조화가 줄지어 있는 복도를 지나 빈소에 도착하면 이미 많은 문상객이 와 있다. 빈소에서 고인에게 예를 표하고 상주에게 몇 마디 위로를 건네고 부의금을 건넨 다음, 접객실로 이동하여 지인들과 인사를 하고, 국밥 한 그릇을 먹으며 1시간 남짓 시간을 보낸 뒤 집으로 돌아온다.

이처럼 우리는 친지, 동료, 사회적 관계를 맺은 사람들의 경조사를 챙기는 데 많은 시간과 경비를 들인다. 한국인들의 독특한 생활풍속이다.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만만찮다. 정부에서 1969년 1월에 ‘가정의례준칙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바꿔 보려했지만 실패했던 이 풍속이 지금 변하고 있다. 청첩이나 부고를 할 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축하나 조문을 제한한다고 하고, ‘마음 전할 곳’이라는 난에다 혼주나 상주의 계좌번호를 적어두는 추세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아주 가까운 친척이나 친한 사람 아니면 축의금을 계좌로 보내게 되는 것이다.

이 변화를 이끄는 주체는 정부도, 시민단체도 아닌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2년이 되어간다. 이 현상으로 인한 팬데믹이 종료되더라도 제례나 경조사는 우리 의도와 상관없이 소가족 단위로 축소되고 절차도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수정될 것이다. 코로나 이전(B.C, Before Corona)’과 ‘코로나 이후(A.C, After Corona)’라는 시대 구분은 이처럼 우리의 생활풍속에서도 예외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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