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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에 갇힌 포항

등록일 2021-08-17 20:19 게재일 2021-08-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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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원수필가
박창원 수필가

21세기 들어 포항시가 많은 예산을 들여 각종 기념관과 역사관을 건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무료 관람’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서 투입된 예산에 비해 포항시의 세수 증대에는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구룡포근대역사관과 장기유배문화체험촌,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구룡포근대역사관은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일본인가옥거리 내에 위치하는, 일제강점기 이곳에 집단으로 거주했던 일본인의 생활모습을 보여주는 시설물이다. 근대역사관으로 쓰고 있는 건물은 1920년대 일본 가가와현에서 이주해 온 하시모토 젠기치(橋本善吉)가 지은 일본식 목조가옥인데, 2010년에 포항시에서 매입, 복원공사를 거쳐 구룡포근대역사관이란 이름으로 개관하였다. 일본인가옥거리는 한말에서 일제강점기까지 일본인이 구룡포에 집단으로 이주하여 살던 곳으로 일본식 가옥 수십 채가 남아있던 것을 2010년 포항시에서 정비하여 관광지로 개방하고 있는 곳이다. 근래에 이곳이 인기 드라마 촬영지가 되면서 구룡포근대역사관은 전국 각지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되었지만 입장료를 한 푼도 받지 않는다.

장기유배문화체험촌은 포항시에서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장기면 서촌리 일대에 총 38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조성한 다음, 2019년 3월 24일 개장한 유배체험시설이다. 장기면 지역은 조선 500년 동안 200여 명의 유배인이 거쳐 간 곳으로 경남 남해, 전남 강진, 제주도 등과 더불어 조선시대의 주요 유배지였다. 장기유배문화체험촌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하여 당대의 거목 우암 송시열과 다산 정약용을 비롯한 많은 유배인들이 남긴 발자취와 정신을 통해 유배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개장 후 근처에 있는 장기읍성과 함께 이색 관광지로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입장료는 받지 않고 있다.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은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전하는 연오랑과 세오녀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한 기념공원이다. 2013년에 착공하였고, 2016년 부분 개장하여 운영해 오다가 2019년에 핵심 시설인 귀비고(貴妃庫)를 준공하면서 완성하였다. 2019년 4월 17일, 준공식과 함께 개관한 귀비고는 연오랑·세오녀 설화의 내용과 의미를 알리고 체험하는 전시시설이다. 지하 1층, 지상 2층에 연면적 1천890㎡ 규모로 약 1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건립했다. 공원 앞에 펼쳐진 영일만, 바다 건너 포스코와 포항 시가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천혜의 입지조건과 주변의 해안둘레길 덕분에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지만 이 역시 입장료 한 푼도 받지 않는다.

이처럼 근래에 포항시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만든 기념관과 역사관이 대부분 ‘무료 관람’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공짜’에 갇힌 형국이다. 이들 기념관·역사관은 건립비용이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매년 운영비도 만만찮게 들어간다. 기념관·역사관을 건립하면서 계속 이런 식으로 운영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이보다는 관람객에게 최소한의 비용을 부담시킴으로써 기념관·역사관의 가치를 높이고, 포항시의 세수에도 보탬이 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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