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은
나는 칠월의 부드러움에 약하다
부드러운 그의 부름에 안전선 앞에 얌전히 서 있다
서로를 쓰러뜨려 포옹한 채 죽어 가고 싶은
백주(白晝)의 결투 피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나를 숨겨 두기 알맞은 크기로 접을 것이다
부드럽게 접혀 있는 하얀 손수건처럼 녹아내리는
슬픔을 완벽하게 빨아들이려는 자세로
건너편 햇빛 속에 서 있는 그의 미소가 따듯하다
직진하려는 버스가 출렁거린다 차창 밖에는
휘파람을 부는 도시의 새들이 날아가고
‘그’는 부드럽게 ‘나’를 부르며 길 ‘건너편’에 있다. ‘그’는 시인에게 따스한 미소를 건네준다. 거리에 서 있는 그의 존재로 인해 도시 공간은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버스가 출렁거”리고 “도시의 새들”은 휘파람을 불며 날아가는 것이다. 도시가 신생의 조짐으로 활기차다. ‘그’의 부름을 듣고 세상이 아름다움으로 상승하는 순간을 포착할 수 있었기에, 시인은 격렬한 죽음 충동 속에서도 삶의 의욕을 버리지 않는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