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효치
노루목으로 가려다가
길을 잘못 들어 토끼봉에 올랐다.
지도 펴고 다시 보니
구름 한 조각
지도를 덮었다.
그렇다.
노루목이든 토끼봉이든
구름되어 자유로이
흘러가면 그만인 것을.
여행은 우연과 마주치게 해준다. 지리산을 오르면서 시인이 어찌 길을 잘못들 것을 예상했겠으며 구름 한 조각이 지도를 덮을 줄 예상했겠는가? ‘시인-여행자’는 이 우연한 마주침을 위해 여행한다. 그리고 그는 이 우연히 맞닥뜨린 자유의 순간을 시로 표현함으로써, 기화하기 쉬운 그 순간을 영속화하여 일상의 삶에 부착한다. 그 결과 우리들은 시를 읽으면서 그 자유의 순간을 추체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