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숙
여름에서 가을로 건너가기 전
모든 것은 잠시 망설인다
나비는 칸나의 빛깔과 코스모스의 향기 사이를
주춤주춤 거리고
잠자리, 잠자리는 허공의 자유와
잘 데워진 탱자나무 울타리의 휴식 사이에서 머뭇거린다
(….)
햇살은 나팔꽃 줄기에 머물러 씨앗을 먼저 터뜨릴까
마타리의 몸 끝에서 꽃의 눈자락을 틔울까 망설인다
망설임, 비는 여름비와 가을비 사이를 망설이며 내린다
여름에서 가을로 건너갈 때
열기와 서늘함이 서로를 슬쩍슬쩍 건드리며
닿았다 풀려갈 때
나는 망설인다
마음속의 마음을 전할까, 감출까
사랑에 빠지기 시작한 마음은 흔들리고 설레며 망설인다. 이러한 사랑이 시작되는 계절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때다. 여름의 열기와 가을의 서늘함이 “서로를 슬쩍슬쩍 건드”리는 ‘계절이 바뀔 때’ 말이다. 사랑은 존재를 전환시킨다. 뜨거운 기대와 서늘한 실망의 마음이 사랑하는 자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 사랑의 계절에서 사랑에 빠진 모든 것들은 망설임과 머뭇거림 속에서 존재 전화의 경계선에 놓인다평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