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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등록일 2021-10-07 19:50 게재일 2021-10-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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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내일은 훈민정음 반포 575주년이 되는 한글날이다. 일제치하인 1926년 조선어연구회는 11월 4일에‘가갸날’을 선포하고 2년 후에는 ‘한글날’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1940년에 발견된 ‘훈민정음하례본’에 근거하여 1945년부터는 한글날을 10월 9일로 정하고 훈민정음 반포 500돌이 되는 1946년에 국경일(공휴일)로 지정하였다. 1990년 휴일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하는 바람에 기념일로만 유지하다가, 2005년에 다시 국경일로 격상되고 2013년부터는 공휴일도 회복 되었다.

자국의 글자를 만들어 선포한 날을 기념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만든 이유와 사람과 연대를 아는 문자를 가진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언어는 6천800여 종이지만, 문자로 표현이 가능한 언어를 가진 나라는 100개국 정도이다, 그중 자국어를 가진 나라는 28개국이고 고유한 문자는 한글, 한자, 로마자, 아라비아문자, 인도문자, 에티오피아문자 등 6개뿐이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고유한 말과 문자를 가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인 것이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음소문자(音素文字)이자 자질문자다. 문자는 크게 표의문자와 표음문자로 나뉘고, 표음문자는 다시 음절문자와 음소문자로 나뉘는데, 한글이 음소문자 가운데에서도 가장 우수한 것은 자질문자(featural writing system)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음소문자란 글자 하나하나가 하나의 소리를 낸다는 것이고, 자질문자는 자음이나 모음을 나타내는 각각의 글자들이 별개의 독립적인 기호가 아니라 일정하게 연결된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질문자인 한글은 감정 표현을 더 세심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을 가졌다.

한글의 모음 10개와 자음 14개를 조합해서 표현할 수 있는 소리는 무려 일만 천 개 이상이나 된다. 고작 300개인 일본어와 400개인 중국어(한자)와는 비교가 안 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문자가 한글이다. 또한 한글은 조합된 문자의 수가 아무리 많아도 제자의 원리만 이해하면 누구나 쉽사리 익힐 수가 있고 쓰기도 쉽다. 유네스코에서도 말은 있되 글자가 없는 소수민족에게 그들의 말을 한글로 쓰도록 함으로써 소수언어의 사멸을 막자는 제안이 있고, 실제로 인도네시아 소수 민족인 찌아찌아족과 남태평양의 솔로몬제도에서는 한글표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한글(훈민정음)은 1997년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이 되었고,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도 만들어 매년 시상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한국인들 중에는 한글이 얼마나 위대하고 소중한 문화유산인지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요즘 인터넷 등에서 자행되는 한글 파괴현상은 여간 우려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상한 비속어와 은어, 국적불명의 신조어 등으로 우리의 말과 글이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유행과 변화를 통제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교육현장이나 공영방송 등 책임 있는 기관만이라도 우리의 말과 글을 지키고 가꾸려는 성의와 중심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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