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정
햇볕 졸은 창가에다 선인장을 길렀겠다
(….)
물도 어쩌다가 생각나면 주면 되는 것이어서
이 게으른 시인에게는 행복한 정물이 아닐 수 없다
어라 시인, 오늘은 웬일인가 물을 다 주고
왜 당장이라도 모랫길 허허한 사막으로 떠나기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세수하고 얼굴 닦는 타올 갖고는 그 멋들어진 터번이 만들어질 리가 없지
히히잉 히이힝 낙타울음 흉내까지 내보는 것이지만
그래가지고서야 모래폭풍에 단숨에 먹혀버리고 말지
다소 굴욕적이긴 해도
온 몸을 가시 같은 그 무엇으로 덮어 보렸다.
시인이 창가에 선인장을 두어 때때로 물을 주는 이유는, 이 세계가 삶을 삼키는 사막과 같은 곳이라는 진실을 환기하기 위해서다. 또한 이 세계를 견디며 살기 위해 선인장처럼 가시를 온 몸에 덮는 윤리적 결단을 계속하기 위해서이다. 선인장은 이러한 인식과 윤리의 삶으로 일상에 매몰된 삶을 자석처럼 끌어당길 것이다. 시인은 이러한 강렬한 삶의 자세를 무심한 어조로, 유머와 장난기를 잃지 않고 진술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