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周易)은 중국 주(周)나라의 역서(易書)다. ‘점술에 관한 것을 기록한 책’을 역서라 한다.
주역을 역경(易經)이라고 경전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그 점복(占卜)의 원리가 천지자연 변이(變易)의 이치로 인간사의 변이를 풀어내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의 근원인 태극(太極)에서 음(陰)과 양(陽)이 갈라지고, 음양이 사상(四象)으로, 사상이 팔괘(八卦)로, 팔괘를 다시 64괘로 나누어서 각 괘마다 괘사(卦辭)를 붙여 점술의 근거로 삼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개발사업에 참여한 회사명으로 유명해진 ‘천화동인’과 ‘화천대유’는 주역의 64괘 중 열세 번째와 열네 번째 괘의 이름이다.
괘사의 풀이는 학자들마다 의견의 차이가 있지만, 천화동인(天火同人)의 괘상(卦象)은 ‘널리 뜻 맞는 동지를 얻어 서로 협력하고 노력하면 모든 일이 마음먹은 대로 순조롭게 잘 통한다’는 의미로 풀기도 한다. 화천대유(火天大有)는 ‘음기와 양기가 서로 통해 이슬과 비를 내리니, 만물이 생장하고 오곡이 잘 여물어 크게 부유하게 될 상’이란 풀이가 있어 둘 다 돈과 권력이 되는 거사를 도모하기에 좋은 괘라는 얘기가 된다. 하필 주역의 괘명을 회사 이름으로 정한 이유가 뭘까. 혹시 회사를 설립하려고 점을 쳐보니 대박 날 점괘가 나와서 그것으로 회사명을 삼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중천의 해도 저녁이면 지는 것처럼 길흉화복이란 바뀌게 마련인 것이 또한 주역의 원리다.
돈벼락을 맞은 사람들 얘기가 요즘 뜨겁게 매스컴을 달구고 있다. 성남시 대잠동 도시개발사업에 참여했던 사람들 얘기다. 수천만 원의 자본으로 시작해서 몇 년 만에 수천억 원의 이득을 보았다니, 그야말로 단군 이래 최대의 돈벼락이 아닐 수 없다. 천억 원이라면 십억 원짜리 복권을 한꺼번에 백 번이나 당첨이 된 것과 같은 액수인데, 대명천지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인지 경악과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자본금이 고작 수억 원인 조그만 회사에 고위급 전직 법조계 인사들이 관여 했다는 것만도 의혹의 소지가 다분하다.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박영수 전 특검, 강찬우 전 검사장 등이 그들이다.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서 고위급 전관 법조인들을 대거 영입한 게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된다. 야당 국회의원의 아들이 6년을 근무하고 퇴직하면서 50억 원을 받은 사실까지 드러나 사태는 더 혼란스러워진다. 어떤 인연으로 엮였던지 간에 썩은 고기에 파리들이 몰려든 것을 연상케 하는 형국이 아닐 수 없다.
마른하늘의 날벼락이 재앙이듯 대명천지의 돈벼락도 화근이기 쉽다. 거액의 복권 당첨자들의 말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에서 알 수 있듯 일확천금의 대박이 해피엔딩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죽을 때 죽더라도 돈벼락 한번 맞아보고 싶다는 사람도 적지 않겠지만, 한번 뿐인 인생을 그렇게 살아서야 되겠는가. 인생의 소중한 것 중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많기에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