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햇살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
“응”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해와 달
지평선에 함께 떠 있는
(….)
시인은 “꽃처럼 피어난” “응”이란 문자에서 해와 달이 위아래에 누워 있는 “눈부신 언어의 체위”를 상상해낸다. 또한 ‘응’이라는 대답의 음성 속에서 사랑은 부드럽고 따스하게 완성된다. ‘응’을 반복해서 속으로 소리내보면, 이 ‘응’이 평온하고 에로틱하게 마음을 감싸면서 점차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지평선에 함께 떠 있는” 해와 달이 ‘응’이란 대답을 서로 나누며 살며시 포옹할 때처럼 말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