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등록일 2021-09-22 19:54 게재일 2021-09-23 18면
스크랩버튼
문정희

햇살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

“응”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해와 달

지평선에 함께 떠 있는

(….)

 

시인은 “꽃처럼 피어난” “응”이란 문자에서 해와 달이 위아래에 누워 있는 “눈부신 언어의 체위”를 상상해낸다. 또한 ‘응’이라는 대답의 음성 속에서 사랑은 부드럽고 따스하게 완성된다. ‘응’을 반복해서 속으로 소리내보면, 이 ‘응’이 평온하고 에로틱하게 마음을 감싸면서 점차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지평선에 함께 떠 있는” 해와 달이 ‘응’이란 대답을 서로 나누며 살며시 포옹할 때처럼 말이다. <문학평론가>

이성혁의 열린 시세상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