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늙은 느티의 다섯 가지는 죽고
세 가지는 살았다
푸른 잎 푸른 가지에 나고
검은 가지는 검은 잎을 뱉어낸다
바람이 산천을 넘어 동구로 불어올 때
늙은 느티의 산 가지는 뜨거운 손 내밀고
죽은 가지, 죽은 줄 까맣게 잊은 식은 손을 흔든다
한 사나이는 오래된 그늘에 끌려들어가
꼼짝도 않고
부서질 듯 생각노니,
나에게로 와서 죽은 그대들
죽어서도 떠나지 않는 그대들
바람神이 산천을 넘어 옛 동구에 불어와
느티의 百年 몸속에서 윙윙 울 때
그늘 속에서의 삶이란 죽음과 삶이 뒤섞여 있는 백년 가계가 “윙윙” 우는 소리를 받아들이며 사는 것이다. 그 소리는 죽음과의 동거로 인해 경험하게 되는 숭고함을 표현한다. 죽은 타인과의 동거는 고통스럽긴 하지만 타자와 공존하는 삶을 시작하려는 윤리적인 결단에서 비롯된다. 죽은 자-타자-를 사랑하고자 하는 그 윤리는, 숭고를 체험케 함으로써 기성의 자아를 허물어뜨리는 변화를 주체에게 가져 올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