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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그늘

등록일 2021-09-15 19:04 게재일 2021-09-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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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

늙은 느티의 다섯 가지는 죽고

세 가지는 살았다

푸른 잎 푸른 가지에 나고

검은 가지는 검은 잎을 뱉어낸다

 

바람이 산천을 넘어 동구로 불어올 때

늙은 느티의 산 가지는 뜨거운 손 내밀고

죽은 가지, 죽은 줄 까맣게 잊은 식은 손을 흔든다

 

한 사나이는 오래된 그늘에 끌려들어가

꼼짝도 않고

부서질 듯 생각노니,

나에게로 와서 죽은 그대들

죽어서도 떠나지 않는 그대들

 

바람神이 산천을 넘어 옛 동구에 불어와

느티의 百年 몸속에서 윙윙 울 때

그늘 속에서의 삶이란 죽음과 삶이 뒤섞여 있는 백년 가계가 “윙윙” 우는 소리를 받아들이며 사는 것이다. 그 소리는 죽음과의 동거로 인해 경험하게 되는 숭고함을 표현한다. 죽은 타인과의 동거는 고통스럽긴 하지만 타자와 공존하는 삶을 시작하려는 윤리적인 결단에서 비롯된다. 죽은 자-타자-를 사랑하고자 하는 그 윤리는, 숭고를 체험케 함으로써 기성의 자아를 허물어뜨리는 변화를 주체에게 가져 올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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