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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기도

등록일 2021-09-09 19:17 게재일 2021-09-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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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저 찬란한 태양/ 마음의 문을 열어/ 온 몸으로 빛을 느끼게 하소서// 우울한 마음/ 어두운 마음/ 모두 지워버리고// 밝고 가벼운 마음으로/ 9월의 길을 나서게 하소서// 꽃길을 거닐고/ 높고 푸르른 하늘을 바라다보며/ 자유롭게 비상하는/ 꿈이 있게 하소서// 꿈을 말하고/ 꿈을 쓰고/ 꿈을 노래하고/ 꿈을 춤추게 하소서// 이 가을에/ 떠나지 말게 하시고/ 이 가을에/ 사랑이 더 깊어지게 하소서”

수녀(修女)의 신분이기도 한 이해인 시인의 ‘9월의 기도’란 시다. 시인의 감성에 신앙인의 영성이 깃들어 가을 하늘처럼 높고 청명하다. 이 시에서처럼 꿈과 사랑이 가득한 세상이야말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이 아니겠는가. 여름의 열기가 차츰 가라앉는 9월이면 우리의 마음도 차분해지고 종교인이 아니라도 저 하늘에다 무언가 빌고 싶어진다. 하늘이 높푸르고 햇볕이 정갈해지고 바람이 상쾌해져서 온 누리가 정복한 은총으로 가득할 때, 문득 인간사를 돌아보게 되고 몇 마디 간절한 기도의 말을 중얼거리게 된다.

바람이 서늘해진 가을이 오고 있지만 대선정국은 오히려 열기를 더하고 있다. 열기가 증가할수록 혼탁해지는 것이 정치권의 열역학법칙이라고나 할까, 갈수록 온갖 권모술수와 이전투구가 난무하는 양상이다. 민심도 그에 따라 갈팡질팡 이리저리 휩쓸리고 부화뇌동하여 거대한 소용돌이를 이룬다. 부디 이 뜨거운 혼란과 혼탁의 도가니에서 정의롭고 후덕한 인품의 지도자가 탄생하기를 빌어마지 않는다. 그래서 상식이 통하고 정의가 살아있는 나라, 서로가 적개심을 버리고 화합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내년 대선에서는 부디 편을 갈라서 내편이 아니면 다 적이고 악이라는 적패몰이로 반목과 증오를 조장하는 인물이 대통령으로 뽑히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그래서 사람이 먼저라면서 자기편 사람들만 먼저인 정권, 인권을 내세우면서 정작 폭정과 기아에 허덕이는 북녘 동포들 인권은 안중에도 없고 오히려 세습독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만 전전긍긍하는 정권, 탈북한 청년들을 포승으로 묶어 강제로 돌려보내는가 하면 안타깝고 간절한 통일의 염원을 담은 대북전단까지 처벌하는 법을 만드는 정권, 언론과 검찰과 법원까지 같은 패거리들로 장악해서 저들의 실정과 비리를 덮으려는 수작을 개혁이란 이름으로 포장하는 정권, 민심을 현혹하기 위한 퍼주기 포퓰리즘으로 나라를 빚더미 위에 올려놓는 정권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높은 수준의 품격이나 지성까지는 아닐지라도 최소한의 수신제가는 갖춘 인물이 지도자가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패륜과 비행이 일반화되는 천박하고 패역한 사회로 타락하지 않기를 기도한다. 지도자의 자질이 부족하고 성향이 비뚤어지면 그것에 동조하고 아부하는 세력들이 모여들어 득세를 하게 마련이고, 그렇게 혼탁해진 윗물이 아랫물까지 오염시킨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배웠다. 언젠가 방한을 한, 아역스타로 이름을 날린 미국의 여배우가 어린 나이에도 참 당찬 말을 했다.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은 사람은 불평할 권리가 없다.” 지금 우리는 우리가 불평하는 세상을 바꾸려고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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