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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자

등록일 2021-09-05 19:27 게재일 2021-09-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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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옥

시인은 차들로 꽉 막힌 팔당대교에서 “여섯 번째 가로등”을 보고 있다. 시인은 이 가로등을 ‘마지막 남자’로 전치(轉置)하면서 불빛으로 전달되는 사랑의 고백을 상상한다. “세상에 구속된 수상한 층운”-안개-을 마음으로 벗겨내면 저 남자의 말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시인은 사랑의 말이 도래할 것을 믿고 기다린다. 기다림, 그것은 사랑의 미래를 이곳으로 당겨 고독한 현재를 견디는 삶이다. <문학평론가>

팔당대교 전후 모든 차들이 뒤얽혔습니다 그러면 여섯 번째 가로등에 한 남자 기대서서 어딘가 맞이합니다 흐르는 강을 동여맬 수는 없었습니다 나는 겨우 몇 번 입을 열었습니다 (중략) 그는 내게 이야기조차 하지 않습니다 마음이 안개를 풀어냅니다 안개는 세상에 구속된 수상한 층운입니다 그가 가로등에 기댈 이유 있었겠지요 거듭 말하지요 내게 소란 피우지 않는 것 그것이 당신을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지요 곧 공사하는 도로 한 귀퉁이에서 사람 대신 야광 불빛을 들고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나에게 신호를 보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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