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 우려… 우발적 범행 주장
자신들을 10년여간 키워준 친할머니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10대 형제가 구속됐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허용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31일 존속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모(18)군과 동생(16) 형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 소년으로서 구속할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날 낮 12시 58분께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한 형제는 각각 반팔 티셔츠와 검은 반바지 차림에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 형제는 ‘후회하지 않는냐’,‘함께 공모했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고 형 이군은 “할머니에게 할 말이 없냐”는 물음에 마스크를 쓴 채 한숨만 내 쉬었다.
이들은 곧장 피의자 변호인 접견실로 향했고 20여분 후 영장심문법정으로 이동했으며 심문은 30여분 만에 종료됐다.
이군 형제는 이날 법정 주 출입구가 아닌 옆문을 통해 법정에 들어섰고 재판부가 이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 형제의 국선변호인은 범행 과정과 관련해 동생의 범행 가담 여부에 대해 “계획했다기보다 범행 직전 우발적으로 서로 동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막상 형이 실행에 나서니 동생이 말렸고 이미 상황이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동생은 정서·행동 장애로 현재 이 상황에 대해 개념이 없고 다만 큰일을 저질렀다는 걸 아는 걸로 보인다”면서 “형은 자포자기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들 형제는 지난 30일 오전 0시 10분께 대구 서구 비산동 자택에서 친할머니(77)에게 수십차례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 가정은 지난 2012년부터 함께 산 조손가정으로 조부모 모두 신체장애가 있고 사건은 같이 집안에 있던 할아버지가 신고했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