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아프가니스탄이 소련의 점령 하에 들어가자 이슬람조직을 중심으로 미국 등의 지원을 받은 저항세력들이 10여 년간 반소항쟁을 벌였다. 그 결과 1989년 소련군이 철수하였으나, 군벌들이 내전을 벌이는 등 혼란이 계속되었다. 이런 와중에 등장한 탈레반은 엄격한 이슬람 규율로 무장하고 전국을 빠른 속도로 장악해갔다. 수도 카불의 무력한 기득권층과 북부 양귀비 재배 지역에서 아편매매 수입으로 횡포를 부리던 이른바 마약 군벌들과 경합하다가 1997년에 정권을 잡았다.
집권 후 탈레반의 극단적 이슬람근본주의 정책은 세계인의 지탄을 받았다. 부정부패 청산을 명목으로 하는 숙청작업과 함께 대부분의 방송국을 폐쇄하는 등 언론을 탄압하고 종교의 자유를 억압했다. 특히 국제사회를 경악케 한 것은 여성의 교육을 전면 금지하고 모든 여성들을 집안에 감금시킨 탈레반의 조치였다. 부르카(얼굴과 온몸을 가리는 검은 옷) 착용을 의무화한 것은 물론 여성들의 사회활동을 금하고 외출하는 것도 막았다. 2001년 3월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바미얀 석불을 폭파시켜 유네스코와 많은 국가들이 충격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
미국은 9·11 테러 사건의 배후인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라덴이 아프간에 있는 것을 파악하고 탈레반에 신병 인도를 요구했다. 탈레반이 그 요구를 일축하자 미국을 위시한 국제연합군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군사 작전을 단행했고, 그해 12월 탈레반 정권은 축출되었다. 9·11테러 20주기인 지난 4월, 조 바이던 대통령이 20년간 주둔하던 미군의 철수를 선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탈레반이 체결한 평화협정에 따른 거였다. 그러나 철수가 다 끝나기도 전에 탈레반은 다시 수도 카불을 점령해버렸다. 평화협정 따위는 걷어차버리고 곳곳에서 끔찍한 살육을 자행했다. 죽기로 싸우겠다던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돈을 챙겨 국외로 달아나고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려는 사람들로 하미드카르자이 국제공항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국경지역에선 자식만이라도 살리겠다고 철조망 위로 아이를 던지는 여자들도 있었다.
미군이 철수하고 아프간이 탈레반에 함락되는 것을 보면서 섬뜩한 느낌이 드는 것은 필자뿐일까? 황장엽 선생의 폭로대로라면 남한에는 지금 수만 명의 간첩들이 암약하고 있고, 수십 년 전부터 탈레반을 방불케 하는 종북주사파들의 활동으로 이제는 반공·방첩을 주장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을 정도로 국민들 대다수가 좌경화되었다. 허구한 날 미군 철수를 외치고, 사드배치를 막고, 한미연합 군사훈련까지 못 하게 하는 등 핵무기를 가진 북한 앞에서 정신적으로는 이미 무장해제를 한 상태다. 군대조차 수뇌부부터 국가수호의 의지가 없어 보인다.
이대로 좌파정권이 이어져서 그들의 바람대로 북한과 평화협정을 하고 미군이 철수하고 나면 대한민국이 과연 온전할 수 있을까? 지금 이 땅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볼 때 결코 안심할 일이 아닌 것 같다. 표퓰리즘으로 망한 베네수엘라나 안보와 자유수호의 의지가 없어 탈레반에게 나라를 내준 아프간을 반면교사로 배우지 못한다면 결국 그들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