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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안으로

등록일 2021-08-19 20:01 게재일 2021-08-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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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운

연안으로 가 봅시다 연안으로 밀려오는 너를 보러 나는 연안으로 건너가 봅니다 너를 마주한 나를 만나러 연안으로 나를 흘러가 봅니다 네게 잠들기 직전이라고 말해 주러

 

그런 내게 너는 물을 밀고 땅을 밀었다고 합니다 밀다가 놓쳤다고 합니다 밀려오는 중에 갈 곳을 잃었다고 합니다 나는 그런 네게 사이가 사라졌다고 말합니다 멀어져서

 

너무 멀어져 버렸다고 그러나 나를 흘러가라고 말합니다 너는 의아한 표정으로 내가 잠들어 있다고 말합니다

 

‘연안’은 실제적인 공간이 아니라 마음 속 공간일 터, 물과 땅이 맞닿은 경계지점인 연안에서 강물을 통해 “나를 흘러가”고 너는 밀려온다. “나를 흘러”간다는 말은 비문이지만, 시인은 이 비문을 통해 주체와 대상의 경계를 지워버렸다. 시의 마지막 대목에서 우리는 어떤 어긋남, 사랑의 실패를 감지하게 되는데, 이 정체를 포착하기 힘든 슬픔을 느끼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위의 시의 매력이겠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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