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 부모님께 큰절 하고 대문 밖을 나설 때 / 가슴속엔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 / 풀 한 포기 친구 얼굴 모든 것이 새롭다 /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
김현성이 작사 작곡하고 직접 노래까지 부른 ‘이등병의 편지’ 1절 가사이다. 1986년에 처음 발표됐지만, 우리에게는 김광석의 노래로 더 잘 알려져 있고, 2000년에 개봉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OST로 더욱 유명해진 노래이다. 신체와 정신이 건강한 대한민국의 남성이라면 거의 모두 군대를 가야 하니, 이 노래는 우리에게 범상치 않게 다가온다.
국민개병제(國民皆兵制)를 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병역 문제는 첨예한 관심거리이다. 최근 들어 모병제(募兵制) 도입 논의가 들려오기도 하지만 아직은 현실과 상당한 거리가 있는 이야기이다.
올림픽이 끝났다. 코로나19는 세계적인 축제인 올림픽마저 1년을 지각 개최하게 만들었다. 2021년에 열렸음에도 공식 명칭은 2020 도쿄 올림픽이다. 명칭과 별개로 근대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홀수년도에 개최된 하계 올림픽이라는 기록을 갖게 됐고 대부분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지는 기록도 갖게 됐다. 무관중으로 치러졌으니 광고와 중계권료가 많이 붙었다 하더라도 가장 많은 적자를 기록한 올림픽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 본다.
나는 이러한 기록보다 올림픽 참가 선수들의 병역 면제 상황에 더 관심이 간다. 대한체육회 체육포털에 따르면, 선수들에게 병역 면제의 혜택을 처음 도입한 것은 1973년도로 프로레슬링과 프로복싱 외에는 프로 경기가 전무했고 아마추어리즘이 철저하게 강조되던 시절, 선수들에게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당근이 병역 면제였던 것이다. 처음에는 병역 면제의 폭이 매우 커 올림픽 동메달까지, 세계선수권대회, 유니버시아드대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 3위까지가 해당됐고 한국체육대학교 졸업성적 상위 10%까지도 병역 면제의 대상이 되었다가 1990년도 들어서 올림픽 3위, 아시안게임 1위로 병역 면제의 폭이 줄었다고 한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의 금메달리스트 양정모 선수 이후 운동선수로서 병역 면제의 혜택을 받은 사람은 2020년 10월까지 976명이었다.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는 야구와 축구가 금메달을 받음으로써 대규모의 병역특례자를 양산했다. 이에 비해 남성 구기종목이 메달권에서 비껴간 이번 올림픽에서는 병역특례 대상자가 김제덕(양궁), 안창림(유도), 장준(태권도) 등 3명에 불과해 2000년 대에 들어 가장 적은 병역 특례 기록을 남긴 올림픽이 아닐까 한다.
지난 달 말 아들이 18개월 남짓의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했다. 내가 군대를 다녀온 30개월의 기간과 아들이 군대를 다녀온 18개월의 기간. 길건 짧건 나라의 부름을 받아 나라를 위해 존재하는 그 기간 동안은 ‘이등병의 편지’ 가사처럼 모든 것이 낯설고 모든 것이 새롭다. 국민개병제의 나라에서 ‘특례’가 많다고 하는 것은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최근 우리 사회의 묵직한 화두가 ‘공정’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