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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 애초 들러리로 확인된 이건희 미술관

등록일 2021-08-12 18:54 게재일 2021-08-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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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가 이건희 미술관 입지 선정논의 과정에서 비수도권 지역을 검토단계에서부터 배제하려 했다는 문체부의 회의록이 공개돼 또 한번 충격을 주고 있다.

국회 문체위 소속 김승수 국회의원(대구 북구을)은 11일 문체부로부터 제출받은 입지선정 관련 회의록을 공개하면서 “문체부는 이미 공무원 중심으로 ‘이건희 미술관의 지역공모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고 회의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문체부가 진행한 9차례 회의 중 3차 회의에서 지자체간 과열을 우려하며 2016년 국립한국문학관 지방공모 실패 사례를 언급한 것은 미술관 건립부지 논리에 지방은 배제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사전 제시한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또 “철저히 지방을 배제한 ‘답정너’ 방식의 선정 과정은 유치전에 뛰어든 전국 40여 자치단체와 지방에 사는 국민을 우롱한 처사”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멋도 모르고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에 뛰어든 지자체 입장은 참으로 허탈하다. 지역 발전을 위해 사활을 건 싸움까지 벌였건만 중앙정부는 지방배제 논리부터 먼저 생각했다니 기가 막힐 일이 아닌가. 지푸라기라도 잡아보겠다는 지방의 간절한 소망을 여지없이 밟아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영남권 5개 광역단체가 요구한 비수도권을 대상으로 한 공모 요구에 일언반구 반응이 없었던 이유도 이제야 알 만하다.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희망한 것은 지방의 낙후와 소멸 위기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다. 한 두군데도 아니고 40여 자치단체가 왜 미술관 유치에 목을 걸어야 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날로 심각해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문제를 해소하는 것은 중앙정부의 몫이다. 중앙부처가 이런 절박한 지방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이건희 미술관은 공모절차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공청회 정도는 여는 게 당연한 일이다.

지금도 이건희 미술관 입지 수도권 선정에 항의해 1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미술관 입지 선정이 지방민에 준 충격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국토균형발전과 공평한 문화향유권을 요구한 지방의 목소리를 이런 방식으로 외면하는 중앙부처의 사고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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