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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하의 골짜기

등록일 2021-08-11 20:02 게재일 2021-08-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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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옥

바람의 페달을 밟나봐

아득하게 울리는 풍금소리.

 

당신이 떠나고 더욱 멀어진 골짜기 언덕으로

눈은 우리가 알던 모든 것을 파묻고 녹아 흐르네.

 

맹렬하게 사라지는 희디흰 빛 속에

갈기를 세우고 내달리는 물줄기의 계절감.

떨지 않고 울지 않고

침묵으로 닮아가는 돌멩이의 마음가짐으로

식탁보에 싸서 흘려보내던 슬픔을 기억해.

 

떨리는 손끝으로 빚어낸 그늘만큼

다시 숲을 키우는 꽃 덤불 볼까.

 

(….)

사랑하는 당신이 ‘나’를 떠나야만 했을 때,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은 더욱 깊어지고 넓어진다. 당신이 떠난 깊은 밤일수록 당신 눈동자는 ‘마지막’으로 삶을 지탱하는 흰 뼈처럼 빛난다. 슬픔의 거센 물살은 그 뼈마저 부서뜨릴지 모르지만, 그럴 때에도 당신 눈동자는 더욱 빛나며 밤을 지탱할 것이다. 당신이 떠났을 때 사랑은 더욱 단단해진다는 것을, 위의 시는 이렇듯 선명하면서도 아득하게 보여준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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