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해
그는 지방 소도시 관현악단의 만년 첼로 객원연주자
언제나 주연들 뒤에서 희미한 반주를 하지
한번도 자신만의 서치라이트 안에 서본 적 없는 남자
아침에 홀로 먹은 토스트 조각이 도진 위장염을 찔러도
도돌이표처럼 돌아오는 한 끼의 빵과 월세와
먼 시골에서 시든 사과를 헤아리고 있을 노모를 위해
주어진 선로를 왕복하지
(중략)
그는 오늘 밤 탈선을 꿈꾼다네
나비넥타이 대신
두 개의 경쾌한 호주머니가 달린 조끼를 걸치고
코발트빛 오토바이로 갈아탈 작정이네
(중략)
2연에서 전개되는 객원연주자의 꿈에서 그는 ‘주어진 선로’로부터 경쾌하게 탈선한다. 1연이 보여주는 꽉 막힌 현실과 대비되는 이 쾌활한 꿈은 다만 꿈에 불과한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꿈꾸기조차 포기한다면 삶은 메마른 생존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결국은 세상의 폭력에 철저히 굴복하게 될 것이다. 꿈은 사람을 기계의 한 부품으로 취급하여 소외시키는 세상으로부터 적어도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무기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