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하늘을 오래 바라보다 알게 되었다
별들이 죽으면서 남겨놓은 것들이
어찌어찌 모여서 새로운 별들로 태어난다는 거
숨결에 그림자가 있다는 거
당신도 나도 그렇게 왔다는 거
우리가 하나씩의 우주라는 거
수백억광년의 과거로부터 오늘에 이른
빛의 내음
소리의 촉감
온갖 원자들의 맛
지구에서 살아가는 나는 가끔
죽은 지 오래인 별들의 임종게를 발굴해 옮겨 쓴다
그대들이 세상이라 믿는 세상이여, 나를 받아라. 내가 그쪽을 먼저 사양하기 전에.
오늘 아침 닦아준 그림자에서 흘러나온 말
임종게가 늘 탄생게로 연결되는 건 아닐 테지만
가끔 유난히 아름다운 탄생의 문양들이 있어
우주가 지나치게 쓸쓸하진 않았다
위의 시에 따르면 저 별빛을 바라보며 감각하고 있는 우리의 몸에서 별들은 다시 태어날 것이다. 죽음으로부터 탄생하는 저 별무리는 소멸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세상에 남겨놓는다. 쓸쓸하게 소멸할 존재들인 당신과 나는 이로부터 위안을 받을 수 있다. 별들처럼 우리도 아름다움을 타자에게 남겨놓을 수 있는 존재인 것, 그렇기에 우리는 허무를 딛고 죽음의 운명을 받아들일 수 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