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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

등록일 2021-08-02 20:02 게재일 2021-08-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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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하늘을 오래 바라보다 알게 되었다

별들이 죽으면서 남겨놓은 것들이


어찌어찌 모여서 새로운 별들로 태어난다는 거


숨결에 그림자가 있다는 거


당신도 나도 그렇게 왔다는 거


우리가 하나씩의 우주라는 거

 


수백억광년의 과거로부터 오늘에 이른


빛의 내음


소리의 촉감


온갖 원자들의 맛

 


지구에서 살아가는 나는 가끔


죽은 지 오래인 별들의 임종게를 발굴해 옮겨 쓴다

 


그대들이 세상이라 믿는 세상이여, 나를 받아라. 내가 그쪽을 먼저 사양하기 전에.

 


오늘 아침 닦아준 그림자에서 흘러나온 말


임종게가 늘 탄생게로 연결되는 건 아닐 테지만


가끔 유난히 아름다운 탄생의 문양들이 있어


우주가 지나치게 쓸쓸하진 않았다


위의 시에 따르면 저 별빛을 바라보며 감각하고 있는 우리의 몸에서 별들은 다시 태어날 것이다. 죽음으로부터 탄생하는 저 별무리는 소멸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세상에 남겨놓는다. 쓸쓸하게 소멸할 존재들인 당신과 나는 이로부터 위안을 받을 수 있다. 별들처럼 우리도 아름다움을 타자에게 남겨놓을 수 있는 존재인 것, 그렇기에 우리는 허무를 딛고 죽음의 운명을 받아들일 수 있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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