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남성들의 호의는 무엇이었을까

이바름기자
등록일 2021-07-22 20:16 게재일 2021-07-23 4면
스크랩버튼
판결문으로 본 사건의 재구성 <br/>“자격증 따야 하는데 돈 좀 빌려줘”<br/>  20대女 랜덤채팅앱서 사기행각<br/>  남성 7명 38회 걸쳐 2천만원 보내
20대 여성에게 베푼 뭇남성들의 호의(好意)는 무엇이었을까.

지난해 8월 31일 저녁, 집에 있던 A씨(21·여·포항시 남구)가 휴대폰에 설치된 랜덤채팅 애플리케이션을 눌렀다. 분홍빛과 함께 수많은 채팅창들이 휴대폰 화면을 가득채웠다. 저마다 이성들의 간택을 기다리고 있는 채팅방들 중에서 A씨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낯선사람’을 선택했다. 그리고는 의미를 찾아가려는 듯 일상의 대화를 나눴다.


‘낯선사람’과 대화를 나누던 그녀는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 피부기능사 자격증 공부를 해야 하는데 강의 수강료, 실기재료를 구입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그녀의 지갑은 헐빈했다. 놀랍게도 ‘낯선사람’은 즉시 8만원을 송금해줬고, 그 다음날에는 50만원을 더줬다.


그게 시작이었다. A씨는 같은해 12월 14일 늦은 밤 또다시 랜덤채팅 앱을 켰다. 또다른 ‘낯선사람’과 작은 화면에서 만나 대화했고, 역시나 “돈을 좀 빌려달라”고 했다. 그리고 24만원을 즉시 송금받았다. 그에게는 무려 851만원이나 받았다. 그녀에게 돈을 벌기란 어렵지 않았다. 집에 앉아있거나, 누운 상태에서 휴대폰만 있으면 자연스럽게 돈이 들어왔다. 같은해 12월 9일에도 A씨는 랜덤채팅에서 만난 ‘낯선사람’에게 60만원을 입금받았다. 택시비, 기차표값, 모텔비 등의 이유를 댈 때도 있었고, 아무런 이유없이 돈을 빌려달라고도 했다. 그런데도 ‘낯선사람’들은 모두 돈을 보냈다. 지난해 8월 첫 범죄부터 올해 2월까지 그녀에게 피해를 입은 인원은 총 7명. 38회에 걸친 사기 행각으로 피해액은 무려 2천만원에 달했다.


지난 20일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형사1단독 최누림 부장판사는 다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상당 기간 반복적으로 범행했으나 A씨의 나이 등을 참작해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사회 기사리스트

더보기 이미지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