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겠습니다. 준비를 마치는 대로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습니다. 참모들과 머리와 어깨를 맞대고 토론하겠습니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습니다.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때로는 광화문 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의 일부다. 4년이 지난 오늘, 위에 나열한 공약 중에 하나라도 지켜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모르겠다. 도리어 취임사와는 반대의 길을 쇠고집으로 걸어왔다는 생각이다. 고집불통인 사람은 자기성찰이나 반성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속된 말로 한번 꽂히면 독선이나 확증편향에 빠지게 되고 끝까지 밀어붙인다. 그 대표적인 예가 탈원전정책과 소득주도성장정책, 부동산정책, 대북정책 등이다. 그것이 잘못된 정책이란 것이 백일하에 드러났음에도 눈과 귀를 틀어막고 초지일관으로 밀고나간 것이 지금까지의 국정이다.
탈원전정책만 하더라도 나라에 끼진 손실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것이다. 신규 원전건설을 중단시키거나 계획을 백지화하고, 7천억 원을 들여 보수한 월성 1호기도 경제성을 조작해서 조기 폐쇄했다. 국내 새 원전건설을 전면 중단하는 것은 원전산업 자체를 붕괴시켜 부품산업을 몰락시키고 해외 수출 길을 막는 일이다. 그 결과 핵심부품 기업들이 도산의 위기에 처하고 전문기술 인력이 해외로 흩어지고 있다. 대학에도 관련학과의 지원자가 없어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산업이 폐쇄의 길로 가고 있다.
소득주도성장과 급격한 최저임금상향 정책으로 저소득층과 자영업자들이 궁지에 몰리고 빈부의 격차는 더 심해져도 초지일관이고, 단세포적인 부동산 정책은 집값과 세금만 올려놓는 결과를 낳았다. 무엇보다 병적인 집착을 보인 대북정책은 김정은의 농간에 놀아나는 사기쇼나 연출하면서 다른 나라의 비웃음을 샀다. 얼마 전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김정은을 “매우 솔직하고 열정적이며 강한 결단력을 보여줬다. 국제적인 감각도 있다”고 평가하자, 타임지 기자는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김 위원장은 자신의 고모부와 이복형을 냉혹하게 살해했으며, 2014년 유엔 인권조사위원회(COI)의 역사적인 보고서에 따르면 몰살, 고문, 강간, 기근 장기화 야기 등 반인륜 범죄를 주도한 인물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런데도 그것을 자랑이라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리자 여기저기서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문 대통령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잔인한 독재자를 ‘가치 있는 지도자’로 묘사하며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에 눈 감고 있다고 비난했다.
일국의 지도자는 개인적인 감정이나 호불호를 떠나서 나라의 위상을 생각하고 인류 보편의 가치에 대한 인식도 가져야 한다. 갖은 수모를 당하면서도 일편단심 스토킹에 가까울 정도로 ‘김정은 바라기’를 하는 것은 심각한 결격사유가 아닐 수 없다. 독선과 아집과 망상을 연료로 한, 고집이라는 이름의 기관차가 달려가는 곳은 어디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