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악몽을 꾸었다. 지난 6월 9일 광주시 학동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무너지면서 때마침 그곳에 섰던 시내버스를 덮쳐 승객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경상을 입는 어이없는 큰 사고가 났다. 비용과 일정을 줄이려고 철거절차 및 규정을 지키지 않았고 현장 감독도 없는 안전불감증 인재(人災)였다.
고층 건물의 철거는 위에서 아래로 조금씩 무너뜨리는 탑다운(topdown) 공법과 다이너마이트 등 화약으로 일시에 폭파하여 내려 앉히는 발파공법 등이 주로 사용되는데 이 모두가 철저한 세부계획과 감독으로 인명은 물론이고 주변 건물과 환경에도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아파트가 건설되기 시작하여 지금은 대표적 주거시설이 되었고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에도 20층이 넘는 초고층 아파트가 밀림처럼 서 있다. 이 건물들은 철근 콘크리트로 만들어져서 수명이 대략 50년으로 보고 있다. 물론 정확한 설계와 시공이면 물리적 수명은 100년 이상도 가능하지만 우리나라 사정으로 보면 아파트와 공동주택이 수명 만기로 해체되는 가구 수가 2015년 273만 가구에서 2025년에는 약 600만 가구로 그 비용이 11조에 달한다는 견해가 있다. 앞으로 20~30년 후에는 건설보다 철거가 사회적 문제가 될 것 같다.
갑자기 기억 속에 몇 개의 건물붕괴 영상이 떠오른다. 94년 11월 서울의 남산 외인아파트가 전망을 해친다고 발파 해체시킬 때 16, 17층 두 동이 순식간에 먼지 속에 자취를 감추는 모습을 TV중계로 보며 짓기는 어려워도 부수기는 참 쉽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것은 철거였다.
그러나 부실공사 사고인 경우가 많다. 1970년 4월 서울 와우아파트 붕괴사고로 7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서울시가 무허가 건물 13만 동을 없애고 서민아파트를 짓는다고 서둘렀는데 준공 후 4개월 만에 한 동이 비탈로 무너진 것이다. 사업비 부족으로 철근과 시멘트를 적게 쓰고 부정과 비리가 낀 총체적 부실공사였다. 또 1995년 6월19일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이다. 지상 5층 지하 4층의 대형 건물이 20초 만에 무너져 내려 사망 501명을 비롯해 1천여 명의 부상자를 낸 것도 부실공사의 결과다. 이 사건으로 119중앙구조대가 설치되었고 건물안전평가를 실시하게 되었지만 사고는 계속 꼬리를 물고 있다.
2001년 9월 뉴욕의 110층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항공기 자살테러 공격을 당해 검은 연기와 붉은 화염에 싸여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고 3천여 명이 사망하여 세계인을 경악하게 한 911사태는 바로 전쟁의 공포이다.
이러한 건물붕괴의 모습이 계획된 철거 현장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생각에 이제 토목건설공학뿐만 아니라 파괴철거공학 전문가도 배출하여 안전한 파괴기술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본다. 초고층 빌딩과 아파트가 즐비한 도심에서의 철거작업은 미래의 중요한 기술이 될 것이다.